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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완전 금연 어렵다면…'덜 유해한' 담배로 전환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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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137회
작성일 23-07-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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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만 흡연 중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체재 전환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지난달 21~2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0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Global Forum on Nicotine·GFN)'에서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흡연에 따른 개인·사회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GFN은 안전한 니코틴 제품의 역할에 대해 토의하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회의다.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담배 위해 저감의 향후 10년(Tobacco Harm Reduction- the next decade)'을 주제로 개최됐다.


위해 저감(Harm Reduction)이란 유해함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최소화하자는 것으로, 이를 흡연 문제에 적용해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을 줄인 비연소 대체재로 전환해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방안이다. 이번 GFN에서는 위해 저감 접근의 의의, 니코틴에 대한 오해,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비연소 대체재로의 전환 필요성, 모범이 되는 선진국 사례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닉 크로프트 위해 저감 저널(Harm Reduction Journal) 편집장은 "중세 시대 중국에선 밤에 외출해 술을 마시고 취해 운하에 빠져 익사하거나 얼어 죽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통금령, 술 금지령 등 여러 정책을 시행했지만 모두 효과가 없었다. 결국 운하를 따라 난간을 설치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완전히 없앨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선 그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해 저감' 개념이 대안으로 제시된다"고 말했다.


니코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니코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베른트 메이어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교 약리학 교수는 몇 년 전 니코틴의 치사량을 수정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150년간 잘못된 니코틴 치사량을 기존 수치에서 최대 20배 상향 조정했다. 그는 심혈관 약리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메이어 교수는 "미국화학회(ACS)는 니코틴 대체재로 니코틴 껌, 패치, 흡입기를 권장하고 있다"며 "니코틴을 약국에서 판매하면 유용한 치료제로 여기지만 전자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높은 중독성의 신경 독소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사례를 통해 니코틴에 대한 이 같은 상반된 인식을 설명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2세 이상 어린이가 흡연할 경우 위해 저감을 위해 의료용 니코틴 제품이나 대체재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똑같은 제품을 어린이용 전자담배라고 부르면 설령 무(無)니코틴 전자담배라 할지라도 아동학대로 여길 것"이라며 "니코틴에 대한 인식의 불일치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니코틴과 질병에 대한 실험 결과도 공유됐다. 인도네시아 반둥의 파자자란대 치대 연구원인 아말리야 아말리야는 최근 흡연자, 전자담배 이용자, 비흡연자로 세 그룹을 나눠 21일 동안 아랫니만 양치질을 하지 않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잇몸 출혈, 염증에 정상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흡연자들은 박테리아 침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전자담배에도 니코틴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는 니코틴이 아닌 다른 유해물질로 인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위해 저감, 사회 문제 해결에도 효과


흡연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안이다. 국제 니코틴 소비자 단체 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Nicotine Consumer Organisation)의 전 회장인 삼랏 차우데리는 "많은 이들은 전 세계에서 흡연으로 인한 질병 사망자가 800만명이란 통계 수치를 실감하지 못한다"며 "흡연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다뤄야 할 문제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안전한 대안이 있다면 전환을 유도해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해 저감이 취약한 환경의 흡연자들의 건강 개선뿐 아니라 담배 관련 암시장 형성 억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 완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멕시코국립자치대(UNAM) 법학 교수 겸 변호사인 후안 호세 시리온은 "전 세계적으로 담배 문제가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지지만 특히 중저소득 국가의 국민 80%가 흡연자"라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전 국회의원인 피오나 패튼은 "호주는 대부분 국민이 잘사는 부유한 국가지만 비교적 형편이 어려운 원주민들은 40%의 흡연율을 보인다"며 "위해 저감은 흡연자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형평성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 전자담배 이용자의 92%가 암시장에서 전자담배를 구매하고 있는데 이는 관련 사업의 불법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체재 적극 도입한 스웨덴, 올해 말 흡연율 5% 미만 될 것


올해 GFN에 모인 교수, 전문가, 소비자 단체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흡연과 이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덜 유해한' 대체재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선 스웨덴과 영국 등 위해 저감 개념을 적극 정책에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가 공유됐다. 전자담배를 '금연의 중간 다리'로 권장하는 정책을 펼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은 올해 말 세계 최초로 흡연율이 5% 미만인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흡연율은 5.6%다. 스웨덴은 현재 경구용 니코틴 파우치 등 다양한 위해 저감 대체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스모크 프리 스웨덴 리포트(Smoke Free Sweden Report)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대체재를 적극 도입한다면 300만명의 사망자를 줄이고 1억3000만명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국립 금연 교육 센터를 방문하는 흡연자들에게 대체재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의 차이점을 교육한다. 영국 암 연구소와 영국 폐 연구 재단은 "니코틴이 각종 유해물질을 포함한 담배 연기와 분리해 개별적으로 살펴볼 경우 유해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연소 과정이 없는 비연소 대체재 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서도 전자담배 이용자들과 흡연자들을 분리하는 법이 제정됐다. 전자담배 이용자들은 연초 담배 사용자와 다른 별개의 독립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과학 규제 참여 책임자인 서머 한나 박사가 최근 500명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1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험자 중 80%는 전자담배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94% 유해성 감소 효과를 보였다.


[바르샤바 유주연 기자]